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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장을 보면 식료품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오늘은 운동을 마친 뒤 동네 마트인 모리슨스(Morrisons)에 들러 간단하게 장을 보고 왔다.

평소 일주일치 식재료를 한꺼번에 사는 정기 장보기가 아니라, 차가 떨어져 차를 사러 나갔다가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함께 사 온 소소한 장보기였다.

 

요즘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물가 상승이 생활의 큰 고민거리다. 그러다 보니 오늘 결제한 금액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영국에서 30.61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6만 원이면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1. 영국 슈퍼(모리슨스)에서 구입한 식료품과 가격

오늘 장을 본 곳은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스다. 영수증을 기준으로 구입한 품목과 가격을 정리해 보았다.

  • 요크셔 티백 1개 — £4.75
  • 과자 — £1.60
  • 새우깡 두 봉지 — £2.50
  • 소고기 스커트 부위 300g짜리 3팩 — £10.09
  • 홍고추 1팩 — 70p
  • 버섯 2팩 — £1.50
  • 순라면 4개 — £3.20
  • 핑크레이디 사과 6개 — £3.00
  • 멜론 2개 — 88p
  • 그 밖의 자잘한 식료품 몇 가지
  • 남편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도 몇 가지 더 샀는데,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적지는 않았다.

        이렇게 장을 보고 계산한 금액은 총 £30.61.

 

구입한 물건들을 살펴보면 소고기와 버섯 같은 식재료부터 사과와 포도 같은 과일, 라면과 과자까지 꽤 다양하다.

특히 소고기는 스커트 부위로 세 팩을 구입했다.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우리 집 식생활을 생각하면 고기와 채소를 함께 장만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물론 오늘 장보기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도 포함되어 있다. 꼭 필요한 식재료만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주일치 장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니다. 평소 생활 중 필요한 것들을 몇 가지 보충한 정도다.

2. 최종 결제 금액은 30.61파운드

오늘 영수증에 표시된 할인 전 금액은 33.11파운드였다.

여기에 과일 할인 1파운드와 모리슨스 모아카드(More Card) 할인 1.50파운드가 적용되어 최종 결제 금액은 30.61파운드가 되었다.

-  할인 전 금액: £33.11

-  과일 할인: £1.00

-  모아카드(모리슨 클럽카드) 할인: £1.50

-  최종 결제 금액: £30.61

우리 돈으로는 환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6만 원 정도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회원 카드 할인은 생각보다 유용하다. 할인 품목이 있을 때는 같은 물건을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장을 자주 보는 살림에서는 이런 작은 절약도 반갑다.

3. 영국에서 주로 이용하는 마트는?

우리는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식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식재료 가격이 무조건 비싸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물론 어떤 품목을 사는지, 어느 마트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물가는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곳은 모리슨스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육류와 생선이 신선해서 마음에 든다.

채소는 리들(Lidl)에서 주로 구입하고, 테스코(Tesco)나 알디(Aldi)에도 종종 들른다. 마트마다 가격과 할인 품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나누어 이용하고 있다.

 

영국에서 생활비를 아끼려면 한 곳만 고집하기보다 자주 사는 식료품의 가격을 살펴보고, 할인 혜택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4. 영국 식료품 물가, 한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오늘 구입한 품목과 최종 결제 금액만으로 한국과 영국의 물가를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같은 품목이라도 브랜드와 용량, 원산지,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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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약국에서 약을 받아 오는 날이면 쇼핑백이 묵직하다. 사진으로 보면 약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약을 원래 포장 그대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약을 먹을 때마다 필요한 것을 직접 찾아 챙겨야 하므로, 매일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약국에서 아침에 먹을 약과 저녁에 먹을 약을 나눠 주는 일이 익숙했다. 당시에는 그 방식이 얼마나 편리한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늘 그렇게 받아 왔으니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서 누리던 작은 편리함이 새삼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약을 챙겨 먹는 일도 그중 하나다.

약이 많아지면 복용 관리도 어려워진다

 

먹는 약이 몇 가지 되지 않는다면 원래 포장을 보고 챙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약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침에 먹을 약과 저녁에 먹을 약을 구분해야 하고, 이미 먹었는지도 기억해야 한다.

 

젊을 때는 별문제가 없더라도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두워지거나 기억력이 흐려지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먹어야 할 약을 빠뜨리거나, 이미 먹은 약을 또 먹는 일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약을 잘 챙겨 드시는 어르신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혼자 생활하면서 여러 약을 먹어야 하는 분들은 이런 일이 더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영국에서는 혼자 약을 챙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영국에도 약 복용을 돕는 방법이 있다

찾아보니 영국에도 약을 챙겨 먹기 쉽게 도와주는 방법은 있었다.

약국에서 요일과 시간대별로 약을 나눠 담아 주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약을 꺼낼 수 있도록 돕는 기기도 있다고 한다. 다만 누구나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약국에 직접 문의해 봐야 한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도움이 있다는 걸 필요한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혼자 약을 챙기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나도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NHS의 장점과 복약 관리의 과제

물론 영국에서 생활하며 고맙게 느끼는 부분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웨일스에서는 NHS 처방약이 무료다. GP 진료나 필요한 병원 치료도 대부분 진료를 받을 때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는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하거나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참 고마운 제도다. 약값 걱정 없이 필요한 약을 계속 먹을 수 있다는 건 결코 작은 장점이 아니다.

 

다만 약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편리한 것은 아니다. 약을 받아 온 뒤에는 먹어야 할 약을 직접 구분하고, 정해진 시간에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어야 한다. 약이 많거나 혼자서 약을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 과정도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다.

 

약값 걱정을 덜어 주는 것만큼, 약을 안전하게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중요하지 않을까. 영국에서 생활하며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영국의 공공의료제도로, 세금으로 운영되며 주민들에게 GP 진료와 병원 치료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웨일스에서는 NHS 처방약도 무료입니다.
GP(General Practitioner)는 영국의 일반의로, 주민들이 평소 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진료받는 1차 의료기관의 의사입니다. 필요한 경우 전문의 진료나 병원 치료를 의뢰하고, 만성질환 관리와 처방약 상담도 담당합니다.

 

한국에서 당연했던 편리함이 그리울 때

한국에 살 때는 약국에서 아침 약과 저녁 약을 나눠 받는 일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늘 그렇게 받아 왔으니 편리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예전에는 당연했던 일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물론 약마다 보관 방법이 다르고, 원래 포장에서 꺼내면 안 되는 약도 있을 것이다. 모든 약을 시간대별로 나눠 담는 것이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아닐 테다. 그래도 약이 많거나 혼자 챙겨 먹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약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부터 약국에 물어보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지금은 스스로 약을 챙길 수 있어도,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해외에서 살다 보면 한국에서는 미처 고마운 줄 몰랐던 것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약국에서 아침 약과 저녁 약을 나눠 주던 일이 그렇다. 한국에 살 때는 몰랐는데,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보니 그 작은 편리함이 참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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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여행기를 마무리하려니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아 있었다.

여행하면서 만났던 풍경과 기억에 남는 순간들, 그리고 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워 나폴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남겨본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만난 성

나폴리에서는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걷기도 했다.

항구에서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바다 위에 성 하나가 보였다. 

카스텔 델로vo)였다어로 ‘달걀 성’이라는 뜻이다

이 성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성 안에 마법의 달걀을 숨겼고, 

그 달걀이 깨지지 않는 한 성은 무너지지 않고 나폴리도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해안길을 따라가면 바다를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보였다. 

 

큰 여객선이 드나드는 항구 쪽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바다 가까이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천천히 걸었다. 

딸아이가 앞서가다가 괜찮은 풍경을 발견하면 알려주기도 했다.

 

책이 쌓인 서점 앞에서 들은 하프 연주

포르트알바(Port’Alba)는 오래된 서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다. 

비아 포르트알바(Via Port’Alba)를 따라 들어서자 책방들이 이어졌고, 그중 한 서점 앞에는 책이 가게 밖까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런데 서점 앞에서 한 연주가가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책이 쌓인 오래된 책방 앞에서 하프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연주자 옆을 자연스럽게 지나갔지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들었다.

일부러 찾아간 곳도 아니고 계획에 있던 공연도 아니었다.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었다. 이런 순간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미리 알 수 없는 것 같다.

 

나폴리 곳곳에 남아 있는 마라도나

나폴리에서는 마라도나의 얼굴도 자주 보였다.

벽화에 그려진 얼굴, 티셔츠와 깃발에 찍힌 얼굴, 가게에 걸린 사진까지. 어느 골목에서는 사진과 꽃, 

촛불을 놓아둔 작은 추모 공간이 골목마다 하나씩 보인다.

축구선수 한 명을 이렇게까지 기억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마라도나는 1984년 나폴리에 왔고, 1986–87 시즌 나폴리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나폴리는 1989–90 시즌에도 리그 우승을 거뒀다.

 

거리에서 자주 보였던 ‘D10S’라는 표현도 인상적이었다. 

등번호 10번과 스페인어로 신을 뜻하는 ‘Dios’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옛 산 파올로 경기장도 그의 이름을 따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로 바뀌었다.

 

나는 축구를 열심히 보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골목마다 마라도나의 얼굴이 걸려 있고, 그를 기리는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보니 그가 나폴리 사람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인물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유명한 축구선수 한 명을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폴리에서 먹었던 것들

나폴리에 왔으니 피자도 꽤 많이 먹었다.

유명하다는 다 미켈레(Da Michele)에도 가봤고, 첫날에는 숙소 앞 작은 피자집에서 피자를 사 먹었다.

 

그런데 솔직히 내 입맛에는 첫날 숙소 앞에서 먹었던 나폴리 전통 피자가 더 맛있었다. 

유명한 곳이라고 꼭 더 맛있는 건 아닌가 보다. ㅎㅎ

 

그렇다고 피자만 먹었던 건 아니다.

바다가 가까운 도시답게 해산물 요리도 먹었다.

조개 파스타도 맛봤고, 저녁에는 해산물 요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메뉴판을 보며 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음식과 함께 마신 음료도 사진에 남아 있다.

오렌지빛 칵테일을 마시기도 했고, 남편은 페로니(Peroni) 맥주를 즐겨 마셨다. 

시원한 맥주 한 병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남편을 보면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ㅎㅎ

커피도 자주 마셨다.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쉬기도 하고,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폴리에서는 먹는 즐거움도 제법 누렸다. 

피자를 원 없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파스타와 해산물도 맛보고 카페에 앉아 쉬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다면 다음 목적지인 아말피에서는 뭘 먹게 될까?

 

나폴리에서의 4박 5일

나폴리에서 보낸 시간은 4박 5일이었다. 

그 시간만으로 나폴리라는 도시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솔직히 많이 놀랐다. 

복잡하고 어수선한 골목과 거리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오토바이가 많았다. 

좁은 골목에서도, 차들이 오가는 도로에서도 오토바이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와, 이게 이탈리아 사람들의 진짜 모습인가?’

처음에는 놀랍고 조금 불편했다. 

낭만적인 이탈리아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눈앞의 풍경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달랐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기보다는 무질서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며칠 지내다 보니 차츰 익숙해졌다. 

오토바이가 골목을 누비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도 더는 낯설지 않았다. 

내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꼈을 뿐, 나폴리 사람들에게는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여행지에는 우리가 보러 간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하고 장을 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오가며 자기 삶을 살아간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낯선 사람의 눈에는 특별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폴리에서는 그런 일상을 가까이에서 본 기분이 들었다. 

4박 5일 동안 그곳 사람들처럼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잠시 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가 슬쩍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나는 그게 좋았다. 

유명한 관광지를 많이 봐서라기보다,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못 가본 곳도 많다.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은 휴관일이라 들어가지 못했고, 산타 마리아 라 노바도 행사 때문에 안을 보지 못했다. 

다시 나폴리에 오게 된다면 이번에 놓친 곳들을 찾아가고 싶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짐을 챙겨 나폴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나려니 아쉬웠다. 

못 본 곳도 남아 있었고, 다시 걸어보고 싶은 골목도 있었다. 

그래도 나폴리에서 보낸 시간은 나름대로 충분히 좋았다.

나폴리에서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제 아말피로 간다.

 

 


나폴리의 골목을 함께 걸으며 

그곳의 풍경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제 여행 이야기가 좋으셨다면 공감과 구독으로 함께해 주세요. 

작은 마음 하나가 다음 여행 이야기를 이어가는 큰 힘이 됩니다. 😊

 

여러분이 다녀온 여행지나 궁금한 곳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함께 꿈꿔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여행 이야기도 편안하게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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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아침부터 유적지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어디를 어떻게 볼지 꼼꼼하게 계획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딸아이가 지도와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폼페이 고고학공원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하면서 길을 안내해 주었다.

“엄마, 아빠, 여기부터 가자.”
“이쪽으로 가면 신전이 나와.”

가끔은 유적에 관한 설명도 곁들였다. 우리는 거의 딸아이만 따라다녔다. 이렇게 든든한 가이드가 또 있을까. ㅎㅎㅎ

폼페이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지도 없이 돌아다니다가는 길을 헤매기 십상이고, 보고 싶은 곳을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로도 부족할 것 같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유적지 지도와 관람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제별 가이드 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를 통째로 잡았으니 가능한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게 결국 오후가 되자 남편을 완전히 방전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ㅎㅎㅎ

폼페이의 중심, 포룸과 신전

 딸아이를 따라 걷다 보니 포룸(Forum)에 도착했다.

포룸은 고대 폼페이의 중심 광장으로, 주변에 주피터 신전과 아폴로 신전, 바실리카를 비롯한 주요 공공건물이 모여 있었다.

지금은 무너진 기둥과 돌바닥,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한때 이곳은 사람들이 모이고 도시의 중요한 일들이 이루어지던 장소였다.


주피터 신전

포룸에서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주피터 신전(Temple of Jupiter)이었다.

지금은 기둥과 계단, 건물의 일부만 남아 있지만, 당시 폼페이에서 중요한 종교 공간이었다고 한다. 무너진 돌과 기둥을 보고 있으면 그저 오래된 유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곳에도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고 제사를 지내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돌로 남은 공간 너머로 옛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유적지를 걷는 재미다.

 아폴로 신전

포룸 가까이에는 아폴로 신전(Sanctuary of Apollo)도 있었다.

신전 주변을 둘러보면서 딸아이가 휴대폰으로 공식 자료를 찾아 설명해 주니 그냥 지나칠 때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이날은 따로 가이드북을 펼쳐볼 일이 거의 없었다. 딸아이가 다 해줬으니까. ㅎㅎㅎ

 

포룸 주변에는 신전뿐 아니라 바실리카와 행정 관련 건물 등 도시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의 시청이나 법원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의 중요한 일들이 이 주변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화산에 묻힌 도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처음에는 폼페이를 유적지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달랐다. 이곳은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장사하고, 종교생활을 하던 도시였다.

그 사실이 유적지를 돌아다닐수록 조금씩 실감났다.

 


 

신전 주변 행정 건물

포룸 주변에는 신전뿐 아니라 바실리카와 시 행정에 관련된 공공건물들도 모여 있었다. 바실리카는 재판이나 상거래 등 공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던 곳으로, 당시 도시의 중요한 중심 공간 가운데 하나였다. 신전과 공공건물들이 광장 주변에 자리한 모습에서 폼페이의 도시 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다.


폼페이에도 극장이 있었다

포룸을 지나 이번에는 대극장(Teatro Grande)으로 향했다.

2천 년 전 폼페이에도 극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대극장 옆에는 규모가 작은 소극장(Odeion)도 있었다.

당시 사람들도 공연을 보러 극장에 갔다는 이야기다.

지금처럼 영화관이나 콘서트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는 일하고 먹고 자는 것 말고도 즐길 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원형경기장에서 경기를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돌로 남은 극장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시대는 달라도 사람들의 일상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었던 셈이다.

 


넓은 운동장이었던 대형 팔라에스트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곳은 대형 팔라에스트라(Large Palaestra)였다.

처음에는 넓은 빈 공간이라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곳은 젊은이들이 운동과 신체활동을 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지금의 체육관이나 운동장과 똑같은 곳은 아니지만, 고대 도시에도 사람들이 몸을 단련하던 공간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신전과 집만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공연장도 있고 운동하던 곳도 있고 목욕탕도 있었다.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시설이 생각보다 다양했다.

폼페이는 화산재 아래 잠들어 있던 도시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가던 곳이었다.

 

 
 
폼페이에서 만난 오래된 집들

 

폼페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눈길을 끄는 저택들이 여럿 나온다. 그중에서도 파우누스의 집(House of the Faun)과 베티의 집(House of the Vettii)은 꼭 살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파우누스의 집, House of the Faun


파우누스의 집은 규모부터 남달랐다. 집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넓어 당시 부유한 사람들이 살던 저택이라는 설명이 실감났다. 여러 공간과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벽과 바닥을 장식했던 흔적도 남아 있었다.

입구 바닥에는 ‘HAVE’라는 글자가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었다. 라틴어로 환영의 인사를 뜻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안쪽에는 춤추는 파우누스의 청동상이 있었고, 바닥에는 알렉산더 대왕과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의 전투를 묘사한 대형 모자이크가 있었다. 당시 이 집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식이었다.

지금은 유적이 되어 있지만, 한때 이곳에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손님을 맞이하며 생활했을 것이다. 집의 규모와 장식을 보고 있으면 당시 이 저택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베티의 집, House of the Vettii


베티의 집 역시 유명한 저택이다.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정원이 남아 있어 당시 주택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집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2천 년 전이라고 해서 집을 꾸미고 싶은 마음까지 달랐을까?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예쁘게 꾸미고 싶고, 정원도 가꾸고 싶은 마음은 시대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폼페이의 집들은 단순히 건물의 흔적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취향과 생활 수준까지 짐작하게 해 준다.

 

목욕탕과 고대의 식당

집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곳은 스타비아 목욕탕(Stabian Baths)이었다.

고대 로마 사람들에게 목욕은 단순히 몸을 씻는 일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목욕탕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기도 했다.

지금의 대중목욕탕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씻는 일과 사교생활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흥미롭다. 


 

 

술과 음식을 팔았던 테프모플리움(Thermopolium)

또 하나 눈길을 끈 곳은 테르모폴리움(Thermopolium)이었다. 간단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었던 가게에 가까운 곳이다. 음식을 담아 팔던 시설이 남아 있어 당시 사람들이 밖에서 무엇을 사 먹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곳까지 보고 나니 폼페이라는 도시가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집이 있고, 목욕탕이 있고, 음식을 사 먹는 곳이 있고, 공연을 즐기는 극장도 있었다. 그 안에서 하루를 보내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유적지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 간 시간

 

하루 종일 걷다 보니 우리도 슬슬 지쳤다. 중간에 카페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

아침부터 계속 걸었으니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ㅎㅎㅎ

 

신전 옆 가림막에서 만난 아이들

신전 쪽을 지나가다가 재미있는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공사 중인지 한쪽을 가려 놓은 가림막에 아이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이 재미있어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다시 보니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고대 폼페이에서도 호두를 이용한 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폼페이 고고학공원의 자료에서도 호두를 이용한 놀이를 소개하고 있었다. 호두를 하나씩 쌓아 올려 탑을 만들고, 무너지지 않게 하는 놀이였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현장에서 본 가림막 그림 자체가 고대 유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림을 보고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실제로 당시 사람들에게 호두놀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게 여행의 소소한 재미인 것 같다.

 

현장에서 그냥 지나쳤던 그림 하나가 집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도 하니까. 신전이나 포룸처럼 커다란 유적만 보고 돌아왔다면 몰랐을 이야기다.

2천 년 전 아이들도 호두를 가지고 놀았다니.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웃음이 났다.

 

 
 
 
 
 
 

폼페이를 하루 동안 둘러볼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직접 하루 종일 걸어 보니 몇 가지는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과 간단한 준비물

더운 날에는 물병을 챙기는 것이 좋다. 유적지를 오래 걸어야 하므로 모자와 선글라스도 유용하다. 햇볕을 피할 곳이 많지 않은 구간에서는 얇은 긴팔 옷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모기 방지제와 모기약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우리 가족은 폼페이에서 모기에 꽤 많이 물렸다.

특히 딸아이의 다리는 여기저기 물린 자국이 생겼고, 나중에는 종아리가 퉁퉁 부어오를 정도였다. 결국 여행 중 약국에 들러 약을 사서 바르기도 했다.

여름에 오래 걸을 예정이라면 모기 방지제를 미리 준비하고, 벌레에 물렸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챙겨 가면 좋겠다. 이 부분은 공식 규정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온 팁이다.

신발은 편한 것으로

예쁜 신발보다 운동화.

이건 정말 강조하고 싶다. 돌길을 하루 종일 걷다 보면 발이 꽤 아프다. 바닥이 고르지 않은 구간도 있어 편한 신발이 필수다.

남편이 오후 3~4시쯤부터 말이 없어졌던 이유 중 하나도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ㅎㅎㅎ

가방은 작게

폼페이 고고학공원의 공식 규정에 따르면 30×30×15cm를 초과하는 가방이나 배낭, 여행용 가방은 유적지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큰 짐은 입구의 유료 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짐을 들고 방문할 계획이라면 출발 전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고 싶은 곳을 미리 골라 두기

폼페이는 넓고, 모든 건물이 늘 개방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관람 가능한 건물과 운영 시간이 안내되어 있으며, 임시 휴관이나 동선 변경이 있을 수 있다.

하루 동안 모든 곳을 보겠다고 욕심내기보다는 꼭 보고 싶은 곳을 먼저 정해 두는 편이 좋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관심 있는 유적의 위치를 살펴보면 동선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딸아이가 현장에서 지도를 확인해 가며 안내해 준 덕분에 꽤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 못 보고 온 곳이 남았다.

그렇게 오래 걸었는데도 못 보고 온 곳

우리는 아침부터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나와 딸아이는 아직 볼 것이 더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은 오후가 되면서 완전히 방전됐다.

그래도 신전까지는 보고 가자고 했다. 결국 그곳까지 둘러본 뒤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못 보고 온 곳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바로 빌라 데이 미스테리(Villa dei Misteri), 미스테리의 별장이었다.

우리는 그쪽까지 내려가지 못했다. 그날은 정말 너무 지쳤다.

“다음에 보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왔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조금 아쉽다. 미스테리의 별장에는 유명한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폼페이 고고학공원의 공식 안내에도 관람 장소로 소개되어 있지만, 실제 개방 여부와 관람 시간은 방문 시점에 확인해야 한다.

그때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날 남편의 표정을 생각하면 더 걷자고 하기도 어려웠다. ㅎㅎㅎ

여행에서는 욕심을 부린다고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보고, 남은 곳은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도 어쩌면 필요한 일이다.

하루 종일 걸었는데도 아직 남아 있던 폼페이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중간에 기차도 갈아타고,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먹은 뒤 폼페이에 들어와서는 하루 종일 걸었다. 남편은 완전히 방전됐고 나와 딸아이도 다리가 아팠다. 그래도 나는 폼페이가 참 좋았다. 신전도 좋았고 극장도 인상적이었지만, 내가 더 오래 기억하는 것은 그 안에 남아 있던 생활의 흔적들이다. 사람들이 살던 집, 음식을 팔던 곳, 목욕을 하던 곳, 공연을 보던 극장, 운동을 하던 공간. 그리고 신전 옆 가림막에 그려져 있던 아이들.

 

집에 돌아와 그 그림을 다시 보다가 호두놀이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는 하루 동안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도를 다시 펼쳐 보니 못 가본 곳이 더 많았다.

 

특히 미스테리의 별장.

사진을 정리할 때마다 가끔 생각한다.

‘그쪽까지 가볼 걸.’

다음에 폼페이에 다시 가게 된다면 나는 아마 그곳부터 찾아갈 것 같다.

이번에는 남편의 체력도 조금 더 고려해서 말이다. ㅎㅎㅎ


📌 폼페이 하루 여행, 기억해 둘 만한 장소

  • 포룸과 신전 — 고대 폼페이의 중심이었던 광장과 주피터 신전, 아폴로 신전, 바실리카 등
  • 대극장·소극장 — 당시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던 공간
  • 대형 팔라에스트라 — 운동과 신체활동이 이루어지던 넓은 장소
  • 파우누스의 집 — 규모와 모자이크 장식으로 유명한 저택
  • 베티의 집 — 프레스코화와 정원으로 유명한 주택
  • 스타비아 목욕탕 — 고대 폼페이의 목욕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
  • 테르모폴리움 — 당시 사람들이 음식을 사 먹던 가게
  • 미스테리의 별장 — 유명한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는 곳. 이번 여행에서 보지 못해 가장 아쉬웠던 장소

📌 폼페이 방문 전 공식 정보 확인하기

폼페이는 유적지 규모가 크고, 건물별 개방 여부와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관람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공식 홈페이지: https://pompeiisites.org/en/

  - 지도 및 관람 안내: https://pompeiisites.org/en/visiting-info/map-and-guide-to-the-excavations/

  - 운영 시간 및 입장권: https://pompeiisites.org/en/visiting-info/timetables-and-tickets/ 

  - 관람 가능한 건물과 운영 시간: https://pompeiisites.org/en/houses/ 

 

 하루 동안 모든 곳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은 곳인 만큼, 꼭 보고 싶은 유적을 먼저 정하고 체력에 맞춰. 동선을 짜면 훨씬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하루 종일 걸었는데도 다 보지 못한 도시.

그래서인지 폼페이는 돌아온 뒤에도 자꾸 생각난다. 그날의 피곤함은 조금씩 잊히지만, 오래된 집과 골목, 그리고 미처 가보지 못한 장소들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꼭 미스테리의 별장까지 걸어가 보고 싶다.

 
 
폼페이의 중심, 포룸과 신전

딸아이를 따라 걷다 보니 포룸(Forum)에 도착했다.

포룸은 고대 폼페이의 중심 광장으로, 주변에 주피터 신전과 아폴로 신전, 바실리카를 비롯한 주요 공공건물이 모여 있었다.

지금은 무너진 기둥과 돌바닥,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한때 이곳은 사람들이 모이고 도시의 중요한 일들이 이루어지던 장소였다.

주피터 신전

포룸에서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주피터 신전(Temple of Jupiter)이었다.

지금은 기둥과 계단, 건물의 일부만 남아 있지만, 당시 폼페이에서 중요한 종교 공간이었다고 한다. 무너진 돌과 기둥을 보고 있으면 그저 오래된 유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곳에도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고 제사를 지내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돌로 남은 공간 너머로 옛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유적지를 걷는 재미다.

아폴로 신전

포룸 가까이에는 아폴로 신전(Sanctuary of Apollo)도 있었다.

신전 주변을 둘러보면서 딸아이가 휴대폰으로 공식 자료를 찾아 설명해 주니 그냥 지나칠 때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이날은 따로 가이드북을 펼쳐볼 일이 거의 없었다. 딸아이가 다 해줬으니까. ㅎㅎㅎ

포룸 주변에는 신전뿐 아니라 바실리카와 행정 관련 건물 등 도시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의 시청이나 법원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의 중요한 일들이 이 주변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화산에 묻힌 도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처음에는 폼페이를 유적지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달랐다. 이곳은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장사하고, 종교생활을 하던 도시였다.

그 사실이 유적지를 돌아다닐수록 조금씩 실감났다.

폼페이에서 만난 오래된 집들

폼페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눈길을 끄는 저택들이 여럿 나온다. 그중에서도 파우누스의 집(House of the Faun)과 베티의 집(House of the Vettii)은 꼭 살펴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파우누스의 집, House of the Faun

파우누스의 집은 규모부터 남달랐다. 집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넓어 당시 부유한 사람들이 살던 저택이라는 설명이 실감났다. 여러 공간과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벽과 바닥을 장식했던 흔적도 남아 있었다.

입구 바닥에는 ‘HAVE’라는 글자가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었다. 라틴어로 환영의 인사를 뜻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안쪽에는 춤추는 파우누스의 청동상이 있었고, 바닥에는 알렉산더 대왕과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의 전투를 묘사한 대형 모자이크가 있었다. 당시 이 집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식이었다.

지금은 유적이 되어 있지만, 한때 이곳에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손님을 맞이하며 생활했을 것이다. 집의 규모와 장식을 보고 있으면 당시 이 저택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베티의 집, House of the Vettii

베티의 집 역시 유명한 저택이다.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정원이 남아 있어 당시 주택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집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2천 년 전이라고 해서 집을 꾸미고 싶은 마음까지 달랐을까?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예쁘게 꾸미고 싶고, 정원도 가꾸고 싶은 마음은 시대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폼페이의 집들은 단순히 건물의 흔적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취향과 생활 수준까지 짐작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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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리 왕자 부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코츠월드에서 지내는 이들 부부를 두고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실을 떠나면 좀 조용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또 아닌 모양이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관심이 따라다니니,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닌가 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라고 별다를 것도 없다.

 

동양인이라고는 우리 부부밖에 없는 영국 시골에 살고 있지만, 이곳이라고 늘 평화롭고 한가로운 것만은 아니다.

주차 문제로 신경이 쓰일 때도 있고, 이웃집 강아지가 밤새 짖어대면 슬슬 참을성이 바닥나기도 한다.

 

산책길에는 강아지 똥을 치우지 않고 가는 사람도 있다. 뒤따라오던 사람이 치우라고 한마디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면 뒤에서 한바탕 잔소리가 이어지기도 한다.

 

참, 별일이 다 있다. ㅎㅎㅎ

 

어딜 가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편한 게 먼저인 사람도 있고, 작은 일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웬만하면 좋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영국 시골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다 점잖고 고상하기만 한 건 아니다. 살아보니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그러니 해리 부부라고 무슨 별세계에서 살겠나.

 

그저 우리처럼 이웃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거겠지. 다만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면 동네 이야기로 끝날 일이, 그들에게는 온 세상에 알려지는 뉴스가 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속을 끓이다 보면 결국 나만 피곤하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거다.

 

좋은 이웃을 만나면 고마운 일이고, 가끔 얄미운 이웃을 만나면 또 그런 날도 있는 거고. 매번 마음에 담아두고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그리 길지도 않으니까.

 

오늘도 어디선가는 누군가 주차 문제로 투덜대고, 건너 집 할아버지는 강아지 똥을 치우라고 한마디 하고 있겠지.

그래도 아침은 오고, 새들은 지저귀고, 동네 사람들은 또 각자 할 일을 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좋은 사람도 있고, 얄미운 사람도 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 세상.

 

참 별별 사람들이 섞여 산다.

 

어쨌든, 세상은 돌아간다. ㅎㅎㅎ


오늘도 제 소소한 영국 시골살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살짝 인사 남겨주세요.

이웃님들은 주변 사람들 때문에 속상했던 적 없으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도 언제나 반갑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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