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폴리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전날 미리 짐을 챙겨둔 덕분에 아침은 간단히 먹고 숙소를 나섰다. 이제 나폴리를 떠나 아말피 해안으로 간다.
나폴리에서 보낸 4박 5일이 꽤 좋았던 터라 떠나려니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며칠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다시 들떴다.
나폴리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살레르노(Salerno)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우리가 묵을 미노리(Minori)까지 갈 예정이었다. 딸아이가 배표도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두어 별다른 걱정 없이 출발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ㅎㅎ

배를 놓칠 뻔한 점심시간
살레르노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어 있었다.
항구로 가기 전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근처 피아디나 가게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여행을 몇 번 해본 딸아이가 여기까지 왔으니 피아디나도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얇고 납작한 빵에 여러 재료를 넣어 접어 먹는 음식인데, 나는 좋아하는 루콜라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것으로 골랐다. 남편과 딸아이는 햄과 치즈가 들어간 것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ㅎㅎ
처음에는 시간이 넉넉한 줄 알고 느긋하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배 출발 시간을 다시 확인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엄마,아빠, 배 15분 뒤에 출발한대!"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먹던 음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항구를 향해 뛰었다. 평소 같으면 금방 걸어갈 거리인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배가 이미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눈앞에 배가 보이는데도 혹시 놓칠까 봐 마지막까지 서둘렀다. 다행히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배에 타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맛있는 점심을 여유롭게 먹으려다 하마터면 배를 놓칠 뻔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지나고 나면 웃음이 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얼마나 마음이 바빴는지 모른다. ㅎㅎ

배를 타고 아말피 해안으로
배가 살레르노 항구를 벗어나자 지중해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해안을 따라가다 보니 가파른 절벽 위로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저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아갈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땅이 평평하지도 않고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멀리서 바라본 집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을 띠고 있었지만, 한데 모여 해안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저 집마다 누군가의 하루가 담겨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니 눈앞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햇빛이 닿는 곳마다 바다색도 조금씩 달라졌다.
배는 해안을 따라 달리다가 중간중간 작은 항구에 멈췄다. 사람들이 내리고 새로운 승객들이 탔다. 잠깐씩 들르는 마을마다 풍경이 달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아말피 해안의 마을들은 버스로도 오갈 수 있지만, 해안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한 곳이 많다고 한다. 배를 타면 바다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이동할 수 있으니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우리도 배를 타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바다와 해안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미노리에 도착했다. 살레르노에서 출발해 40분쯤 지났을 때였다.



작은 항구 마을, 미노리
배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바로 해변이 보였다. 해변은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닷속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햇볕을 쬐며 누워 있는 사람들, 파라솔 아래에서 쉬는 사람들까지.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해변을 지나 숙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길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 앞 화분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레몬이 익어가고 있었고, 오래된 토분과 돌화분이 골목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작은 상점들도 하나둘 문을 열고 있었다.
걷다가 예쁜 화분이 보이면 걸음을 늦추고, 마음에 드는 골목이 나오면 사진을 찍었다. 특별히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그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런 골목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조금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 멈춰 서고, 다시 걷다 보면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미노리에서의 첫인상은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됐다.


조금 더 걸으니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나왔다.
오래된 이탈리아 전통 아파트(레지던스 호텔)였는데, 주인이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열쇠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흰색 벽과 잘 어울리는 가구,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정성껏 살아가는 집에 잠시 초대받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며칠 동안 이곳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3박 4일을 보낼 예정이다.




짐을 풀고 잠시 쉬려는데 딸아이가 해변으로 나가자고 했다. 얼른 바다에 들어가 지중해에서 수영하고 싶다며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딸아이는 물을 정말 좋아한다. 바다든 수영장이든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어 하는 아이다. 어쩌면 전생에 인어였던 건 아닐까. ㅎㅎ
우리도 함께 수영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내일부터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딸아이부터 바다에 보내주기로 하고, 우리도 산책할 겸 함께 해변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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