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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사케가 어떤 술인지, 그리고 준마이슈와 긴조슈, 다이긴조슈처럼 여러 종류의 사케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케를 몇 가지 알아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그런데 사케는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까?

지금 일본 여행을 가면 사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자카야에 들어가 작은 잔에 한 잔 주문하기도 하고, 회나 구운 생선에 곁들이기도 합니다. 차갑게 마실지, 따뜻하게 데워 마실지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케가 지금처럼 일상에서 편하게 마시는 술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케의 시작에는 쌀과 농사, 신앙이 함께 있습니다.


⛩️ 처음에는 신에게 바치는 술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쌀로 만든 술을 신에게 바쳤습니다.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술을 올리고,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마을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도 술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일본의 신사에서는 오미키(お神酒)​라고 불리는 술을 신에게 바칩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이었고, 한 해 농사가 얼마나 잘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수확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쌀로 술을 빚어 신에게 바쳤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한 해 동안 얻은 수확에 감사하고, 다음 해에도 좋은 농사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술을 올렸습니다. 의식이 끝난 뒤에는 사람들이 함께 술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사케는 처음부터 혼자 마시는 술이라기보다, 사람들과 신앙, 공동체가 함께하는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처음부터 지금 같은 사케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도 지금처럼 맑고 투명한 사케를 마셨을까요?

초기의 쌀술은 지금의 사케와는 모습이 달랐습니다.

지금처럼 맑게 걸러진 술보다는 발효된 쌀 성분이 남아 있어 탁하고 걸쭉한 형태의 술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맑은 사케보다는 막걸리처럼 뿌옇고 진한 술을 떠올리는 편이 더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사케를 만드는 기술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정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발효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술과 술지게미를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했습니다.

양조를 반복하면서 경험이 쌓였고, 쌀을 다루는 방법과 발효 기술도 점점 정교해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사케 역시 이런 오랜 양조 기술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술입니다.


🏯 사찰도 사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사케 역사를 이야기할 때 사찰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중세 시대의 사찰은 단순히 기도하는 공간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과 넓은 토지를 가진 큰 공동체였고, 다양한 기술과 지식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술을 빚는 일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사찰에서는 많은 양의 술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양조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발효를 관리하는 방법과 술을 저장하는 기술, 보다 안정적으로 술을 만드는 방법이 축적됐습니다.

오늘날 사케 양조 과정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쌀을 씻고, 불리고, 찌고, 누룩을 만들고, 발효를 관리한 뒤 술을 걸러냅니다.

이런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경험과 기술이 오늘날의 사케 양조로 이어졌습니다.


🍶 그러다 사케는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신에게 바치는 특별한 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케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고,

결혼과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술을 나누고,

새해를 맞이할 때도 함께 한 잔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모이는 자리에도 사케가 함께했습니다.

지금도 일본에는 중요한 순간에 술잔을 나누는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카즈키(盃)​입니다.

작은 잔에 술을 따라 서로 주고받는 행위에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술을 나누며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케는 일본 문화에서 혼자 즐기는 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이기도 했습니다.


🌾 지역마다 다른 사케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케가 일본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지역마다 술맛에도 차이가 생겼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용하는 쌀이 달랐고, 물도 달랐습니다.

기후와 양조 환경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겨울이 길고 추운 지역에서는 낮은 온도를 이용한 양조가 발달했고, 각 지역의 양조장들은 자신들이 가진 환경에 맞춰 술을 빚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역의 사케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고, 어떤 곳은 쌀의 풍미와 감칠맛이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사케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술 자체뿐 아니라 생산지를 보게 됩니다.

“이 술은 어디에서 만들었지?”

같은 일본의 사케라도 지역에 따라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음식과 함께 현지 사케를 마시는 재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지역의 쌀과 물,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진 양조 방식이 한 병 안에 담겨 있으니까요.


❄️ 사케와 겨울의 관계

예전에는 지금처럼 냉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술을 빚을 때는 발효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고, 기온이 낮은 겨울이 양조에 유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양조장에서 겨울은 본격적으로 술을 빚는 계절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토지(杜氏)​와 양조인들이 술의 상태를 매일 확인했습니다.

발효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지는 않은지.

쌀과 누룩의 상태에는 문제가 없는지.

하나씩 살펴야 했습니다.

사케 양조는 재료를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발효 상태에 따라 온도를 조절하고, 술의 변화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양조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술을 만들어도 해마다 맛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해의 기온과 습도, 원료의 상태가 모두 같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사케는 일본을 대표하는 술이 되었습니다

신에게 바치던 술이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찰과 양조장을 거치면서 술을 만드는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환경과 양조 방식이 더해지면서 사케는 점점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됩니다.

어떤 쌀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에 따라 향과 질감도 달라집니다.

물도 중요하고, 누룩과 효모 역시 사케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차이가 모여 오늘날의 다양한 사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준마이슈, 긴조슈, 다이긴조슈 같은 이름도 이런 양조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처음 사케를 접하면 솔직히 어렵습니다.

병에 적힌 한자를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숫자가 적혀 있으면 또 궁금해집니다.

“준마이와 긴조는 뭐가 다르지?”

“다이긴조는 왜 가격이 높은 걸까?”

“병에 적힌 숫자는 무슨 의미일까?”

사케를 마시기 시작하면 이런 궁금증이 하나씩 생깁니다.

하지만 몇 가지만 알아두면 병에 적힌 글자가 조금씩 읽히기 시작합니다.

같은 사케라도 왜 향이 다른지, 왜 어떤 술은 부드럽고 어떤 술은 쌀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준마이슈와 긴조슈는 무엇이 다른지.

다이긴조는 왜 특별한지.

그리고 사케 병에 적힌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나면 사케를 고르는 일이 훨씬 쉬워집니다.

다음에는 사케 병에 적힌 이름들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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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서 저녁이 되면 한 번쯤 이자카야에 들어가게 됩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펼쳐보면 맥주나 하이볼도 있지만, 일본에 왔으니 괜히 한 번쯤 눈길이 가는 술이 있습니다.

바로 사케입니다.

술잔에 맑게 따라 나오는 사케는 얼핏 보면 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마셔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어떤 사케는 사과나 배처럼 향긋하고, 어떤 것은 멜론 같은 달콤한 향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화려한 향보다는 쌀의 고소함과 묵직한 감칠맛이 오래 남는 술도 있습니다.

차갑게 마시는 사케도 있고,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사케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본 술’ 정도로 생각했는데,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면 종류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술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번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술, 사케(日本酒)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일본의 전통 쌀술을 사케라고 부르지만, 일본어에서 사케(酒)​는 사실 그냥 ‘술’이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맥주도 사케이고, 위스키도 사케인 셈이죠.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쌀술을 정확하게 말할 때는 니혼슈(日本酒)​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이미 ‘사케’라는 이름이 워낙 익숙하니, 여기서는 사케와 니혼슈를 편하게 섞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사케는 어떤 술일까요?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과 물, 누룩인 코지(麹), 그리고 효모​로 만드는 일본의 전통 술입니다.

도수는 보통 13~16도 정도입니다.

맥주보다는 높지만 위스키처럼 독한 술은 아닙니다.

맑고 투명한 모습을 보면 가볍게 넘어갈 것 같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꽤 손이 많이 가는 술입니다.

어떤 쌀을 쓰는지, 쌀을 얼마나 깎아내는지, 물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케를 두고 단순히 “이게 사케 맛이다”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것은 사과나 배 같은 향이 먼저 올라오고, 어떤 것은 멜론처럼 달콤하고 화사한 느낌을 줍니다.

반대로 향은 조용하지만 쌀의 고소함과 감칠맛이 천천히 퍼지는 술도 있습니다.

누군가 “사케는 무슨 맛이야?”​라고 묻는다면 사실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와인이라고 다 같은 맛이 아니듯, 사케 역시 하나의 맛으로 설명하기에는 꽤 넓은 세계거든요.


🍶 사케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처음 사케를 고르려고 병을 들여다보면 조금 막막합니다.

준마이, 긴조, 다이긴조….

이름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만 알아두면 이자카야나 마트에서 병을 고를 때 훨씬 편해집니다.

완벽하게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향긋한 술이 좋다.”

“나는 쌀 맛이 진한 술이 좋다.”

이 정도만 알아도 시작은 충분합니다.


① 준마이슈(純米酒)

준마이슈는 한마디로 쌀에서 오는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사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화려한 향이 먼저 튀어나오기보다는 쌀의 고소함이나 감칠맛이 비교적 또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갑게 마셔도 좋지만, 제품에 따라서는 살짝 데웠을 때 훨씬 편안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술도 있습니다.

처음 사케를 마시면서

“아, 쌀로 술을 만들면 이런 맛이 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다면 준마이슈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② 긴조슈(吟醸酒)

긴조슈는 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사과나 배, 멜론 같은 과일 향이 올라오는 제품도 있고, 은은하게 꽃을 떠올리게 하는 술도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와인처럼 향긋한 술을 좋아한다면 긴조슈가 의외로 입에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차갑게 마시면서 향을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잔을 들고 한 번 향을 맡아본 뒤 천천히 마시면,

“쌀로 만든 술에서 이런 향이 난다고?”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③ 다이긴조슈(大吟醸酒)

다이긴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사케”, “비싼 사케”​를 떠올립니다.

실제로 쌀을 많이 깎아내고 섬세한 과정을 거쳐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향은 화려하고, 입안에서는 비교적 부드럽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제품들이 많아서 특별한 날 꺼내 마시거나 선물용으로 찾기도 합니다.

다만 비싸다고 해서 모두에게 가장 맛있는 술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다이긴조의 화려한 향보다 준마이슈의 묵직하고 투박한 맛을 더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술은 점수로 마시는 게 아니라 취향으로 마시는 거니까요.


④ 혼조조슈(本醸造酒)

혼조조슈는 쌀과 누룩, 물을 기본으로 만들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양조용 알코올을 더한 사케입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가볍게 마시기 좋은 제품이 많아서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편합니다.

사케만 집중해서 음미하기보다는 회 한 점 먹고, 튀김 하나 집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한 잔 곁들이는 장면이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할까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마시고 싶다면 혼조조슈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이름을 들어본 사케들

일본에는 정말 많은 양조장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 있고, 같은 종류의 사케라도 어디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성격이 꽤 달라집니다.

그중 한국에서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사케 몇 가지를 골라봤습니다.

 

🍶 닷사이(獺祭, Dassai)

케를 잘 모르는 사람도 닷사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특히 다이긴조 사케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향이 화사하고 깔끔한 편이라 사케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닷사이 23, 39, 45​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보면 숫자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집니다.

이 숫자는 쌀을 얼마나 깎고 얼마나 남겼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숫자가 다른 닷사이를 나란히 놓고 마셔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같은 브랜드인데도 “아, 이래서 숫자가 다르구나” 싶은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있거든요.


🍶 쿠보타(久保田, Kubota)

쿠보타는 일본 니가타를 대표하는 사케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니가타 사케라고 하면 흔히 깔끔하고 담백한 스타일을 떠올리는데, 쿠보타 역시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입니다.

향이 화려하게 터지는 술보다는 음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 술을 좋아한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회나 담백한 일본 음식과 함께 마셔보면 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지 조금은 이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술이 음식보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식탁 옆에서 조용히 자기 역할을 하는 느낌입니다.

 

 


🍶 핫카이산(八海山, Hakkaisan)

핫카이산 역시 니가타를 대표하는 사케 가운데 하나입니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사케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사케를 마실 때 너무 향이 강하거나 개성이 강한 술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깔끔한 스타일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 마시고 “이게 내 취향이다”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몇 가지를 마셔봐야 조금씩 자기 취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케도 결국 마셔봐야 압니다.

 


🍶 데와자쿠라(出羽桜, Dewazakura)

데와자쿠라는 야마가타 지역의 사케 브랜드입니다.

향긋하고 화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기억해둘 만한 이름입니다.

사케라고 하면 왠지 쌀 맛이 강하고 묵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술을 마셔보면 그 이미지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잔을 들고 향을 맡았는데,

“어? 사케에서 이런 향도 나네?”

싶은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케의 재미가 바로 그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 처음 사케를 고른다면?

처음부터 가장 비싼 사케를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평소 내가 어떤 술을 좋아하는지 떠올려보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 향긋하고 부드러운 술이 좋다면

→ 긴조슈, 다이긴조슈

과일향이나 화사한 향을 좋아한다면 이쪽부터 시작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차갑게 마시면서 향을 천천히 느껴보세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빨리 친해질 수도 있습니다.


✔ 쌀 맛과 감칠맛을 좋아한다면

→ 준마이슈

화려한 향보다는 술 자체의 깊이와 쌀에서 오는 맛을 좋아한다면 준마이슈 쪽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제품에 따라서는 살짝 데워 마셨을 때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음식과 편하게 마시고 싶다면

→ 혼조조슈나 깔끔한 스타일의 니가타 사케

사케를 분석하듯 마시기보다는 식사와 함께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이런 스타일이 잘 어울립니다.

회를 먹고, 튀김을 집어 들고, 중간중간 한 잔씩 마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처음에는 이름이 어려워 보여도 몇 병 마셔보다 보면 의외로 빨리 감이 옵니다.

“나는 향이 좋은 쪽이구나.”

“나는 깔끔한 것보다 쌀 맛이 진한 게 좋네.”

그렇게 하나씩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가 사케를 마시는 재미이기도 합니다.사케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나면 조금 궁금해집니다.

 

 

사케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나면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쌀을 깎고, 누룩을 만들고, 물과 효모를 넣는다는데… 도대체 쌀이 어떻게 술이 되는 걸까?

우리가 매일 밥으로 먹는 쌀이 어떻게 맑고 향기로운 한 잔의 사케가 되는 걸까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사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쌀을 깎는 정미(精米)​부터 누룩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천천히 술이 익어가는 발효까지.

평범해 보이는 쌀 한 톨이 어떻게 일본을 대표하는 한 잔의 술이 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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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달라지는 베트남의 맛있는 이야기

여행지를 정하고 항공권과 숙소까지 예약하고 나면, 그때부터 은근히 재미있는 일이 시작됩니다.

바로 맛집 찾기입니다.

아침에는 어디에서 커피를 마실지, 관광하다 배가 고프면 무엇을 먹을지, 여행 마지막 날에는 어떤 음식으로 마무리할지 하나씩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지도에는 저장해둔 식당이 가득해집니다.

문제는 막상 여행을 가면 그 많은 곳을 다 갈 수 없다는 거죠.

특히 베트남은 도시마다 음식 분위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다낭에 가면 미꽝과 반쎄오가 생각나고, 나트랑에서는 해산물과 함께 넴느엉이나 분짜까도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호치민은 길을 걷다가 반미집이나 현지 식당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고, 하노이는 퍼와 분짜, 에그커피만으로도 하루 식사 계획을 짜는 재미가 있습니다.

푸꾸옥은 또 조금 다릅니다. 리조트에서 쉬다가 저녁에는 해산물을 먹고 야시장을 둘러보는, 조금 더 느긋한 여행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베트남 대표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 중 한 번쯤 먹어볼 음식과 함께 알아두면 좋은 식당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베트남 여행지를 아직 고민하고 있다면 음식 이야기를 보면서 나에게 잘 맞는 도시를 골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낭|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베트남 여행을 처음 준비할 때 다낭을 후보에 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변에서 쉬는 것도 좋고, 한시장과 시내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바나힐이나 호이안까지 함께 묶어서 여행할 수도 있어서 일정 짜기가 비교적 편한 도시입니다.

며칠 머물다 보면 생각보다 먹어보고 싶은 음식도 많아집니다.

다낭에서는 베트남 중부 지역을 대표하는 미꽝과 반쎄오를 빼놓기 어렵고, 바다와 가까운 도시답게 해산물도 많이 찾게 됩니다.

다낭에서 꼭 먹어볼 음식

- 미꽝

- 반쎄오

- 해산물

- 반미

- 분짜

미꽝|Mỳ Quảng Sứa Hồng Vân

 

다낭까지 왔다면 미꽝은 한 번쯤 먹어보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쌀국수와는 조금 다릅니다. 국물이 가득한 쌀국수보다는 진한 양념과 면, 다양한 고명을 함께 비벼 먹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처음 보면 "이게 쌀국수 맞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낭에서 먹어보는 재미가 있는 음식입니다.

Mỳ Quảng Sứa Hồng Vân은 다낭에서 미꽝을 찾을 때 이름이 자주 나오는 곳 중 하나이며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곳입니다.

반쎄오|Bánh Xèo Bà Dưỡng

다낭에서 반쎄오를 먹고 싶다면 Bánh Xèo Bà Dưỡng도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바삭하게 구운 반쎄오에 꼬치구이와 채소를 곁들여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방식인데, 여러 재료를 직접 싸서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느낌보다는 이것저것 곁들여 먹는 한 끼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이곳 역시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여러 베트남 음식을 함께 먹고 싶다면|Madame Lân

 

한 가지 메뉴를 정하기 어렵다면 Madame Lân처럼 여러 베트남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곳도 괜찮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여행한다면 메뉴를 나눠 먹기에도 편하고, 시내를 둘러보는 날 들르기 좋습니다.

📍 다낭에서 저장해둘 곳

- Mỳ Quảng Sứa Hồng Vân|미꽝

- Bánh Xèo Bà Dưỡng|반쎄오

- Madame Lân|여러 베트남 음식


나트랑|해산물만 먹고 돌아오기 아쉽다면

나트랑에 가면 자연스럽게 해산물부터 찾게 됩니다.

해변과 호텔, 리조트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많다 보니 저녁 메뉴로 해산물 식당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며칠 머무르다 보면 매 끼니 해산물만 먹기에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끼 정도는 나트랑의 지역 음식을 넣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분짜까와 넴느엉이 있습니다.

나트랑에서 꼭 먹어볼 음식

- 해산물

- 분짜까

- 넴느엉

- 반쎄오

- 쌀국수

넴느엉|Nem Đặng Văn Quyên

 

나트랑에서 넴느엉을 먹고 싶다면 많이 알려진 곳 중 하나입니다.

넴느엉은 구운 돼지고기를 채소와 함께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음식입니다.

해산물이나 쌀국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여행 중 메뉴가 조금 지겨워질 때 한 번 먹어보면 좋습니다.

여러 재료를 넣고 직접 싸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Nem Đặng Văn Quyên의 지점과 운영 정보는 방문 전에 공식 안내를 한 번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분짜까|Nguyên Loan

생선과 어묵이 들어간 현지식 국수를 먹어보고 싶다면 Nguyên Loan도 저장해둘 만합니다.

분짜까와 분쓰어 등 생선을 활용한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 쌀국수를 좋아한다면 익숙하면서도 조금 다른 맛을 경험해볼 수 있는 메뉴입니다.

[분짜까 사진]

나트랑에서는 낮에 해변이나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해산물을 먹는 일정이 잘 어울립니다.

그 사이 한 끼 정도 넴느엉이나 분짜까를 넣으면 식사 메뉴도 조금 더 다양해집니다.

📍 나트랑에서 저장해둘 곳

- Nem Đặng Văn Quyên|넴느엉

- Nguyên Loan|분짜까·생선 국수

- 숙소 주변 해산물 식당|저녁 식사


호치민|걷다 보면 또 먹고 싶어지는 도시

호치민은 다낭이나 나트랑과는 여행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바다에서 쉬는 여행보다는 거리를 걷고, 카페와 시장, 골목을 구경하는 시간이 많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꼭 유명한 식당만 찾아가기보다 여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먹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가 반미집이 보이면 하나 사 먹고, 관광하다 더워지면 카페에 들어가 베트남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껌땀이나 현지 음식을 먹는 식입니다.

호치민에서 꼭 먹어볼 음식

- 반미

- 껌땀

- 퍼와 후띠에우

- 길거리 음식

- 베트남 커피

반미|Bánh Mì Huỳnh Hoa

호치민에서 반미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오는 곳 중 하나입니다.

속재료가 푸짐한 스타일로 유명해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만 유명한 곳인 만큼 시간대에 따라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여행 동선이 맞을 때 들러보면 좋겠습니다.

껌땀|Cơm Tấm Ba Ghiền

 

호치민에 왔다면 껌땀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지는 음식입니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부서진 쌀밥을 함께 먹는 메뉴로, 베트남 현지식 한 끼를 제대로 먹는 느낌이 있습니다.

Cơm Tấm Ba Ghiền은 미슐랭 가이드의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쌀국수|Phở Minh

호치민에서 쌀국수를 먹고 싶다면 Phở Minh도 많이 언급되는 곳입니다.

오랫동안 운영해온 식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업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에 든든하게 쌀국수 한 그릇 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정도 호치민과 잘 어울립니다.

호치민에서는 너무 촘촘하게 식당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좋습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 한두 곳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여행하면서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 호치민에서 저장해둘 곳

- Bánh Mì Huỳnh Hoa|반미

- Cơm Tấm Ba Ghiền|껌땀

- Phở Minh|쌀국수


하노이|하루 종일 먹는 일정만 짜도 즐거운 곳

하노이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기 좋은 도시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하루 식사 계획만 세워도 여행 일정이 만들어집니다.

아침에는 퍼를 먹고, 점심에는 분짜를 먹고, 오후에는 에그커피를 마시는 식입니다.

올드쿼터를 걷다 보면 작은 식당과 오래된 카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하노이 여행의 매력입니다.

 하노이에서 꼭 먹어볼 음식

- 퍼

- 분짜

- 반미

- 짜까

- 에그커피

퍼|Phở Gia Truyền

 

하노이에서 쌀국수를 찾는다면 대표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Phở Gia Truyền은 미슐랭 가이드의 빕 구르망에 선정되어 있으며, 식사 시간대에 따라 운영 시간이 나뉘어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노이 여행 첫날 아침, 따뜻한 퍼 한 그릇으로 시작하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분짜|Bún Chả Hương Liên

한국에서는 흔히 '오바마 분짜'로 알려진 곳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앤서니 부르댕이 이곳에서 함께 식사한 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하노이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한 번쯤 찾아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미슐랭 가이드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분짜 맛집|Bún Chả Đắc Kim

올드쿼터 근처에서 분짜를 먹고 싶다면 함께 알아두면 좋은 곳입니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미트볼, 쌀국수를 함께 먹는 하노이식 분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 곳만 고집하기보다 여행 동선과 위치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에그커피|Café Giảng

하노이에 왔다면 에그커피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계란이 들어간 커피라고 해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한 커피 위에 부드러운 크림이 올라간 독특한 스타일입니다.

Café Giảng은 1946년부터 이어져 온 에그커피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노이는 올드쿼터와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관광과 식사를 함께 계획하면 이동하기 편합니다.

유명한 식당 몇 곳만 미리 정해두고, 나머지는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보는 것도 하노이 여행의 재미입니다.

📍 하노이에서 저장해둘 곳

- Phở Gia Truyền|퍼

- Bún Chả Hương Liên|분짜

- Bún Chả Đắc Kim|분짜

- Café Giảng|에그커피


 푸꾸옥|해산물과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

 

푸꾸옥은 다른 도시보다 조금 더 느긋하게 여행하기 좋은 곳입니다.

낮에는 리조트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면 해산물 식당이나 야시장으로 나가는 일정이 잘 어울립니다.

섬인 만큼 해산물을 쉽게 즐길 수 있고, 푸꾸옥에서 유명한 지역 음식도 있습니다.

푸꾸옥에서 꼭 먹어볼 음식

- 신선한 해산물

- 분꿔이

- 성게 요리

- 청어 샐러드

- 야시장 음식

분꿔이|Bún Quậy Kiến Xây


푸꾸옥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분꿔이입니다.

현장에서 만든 면과 해산물 재료를 사용하고, 직접 소스를 만들어 취향에 맞게 섞어 먹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익숙한 쌀국수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 푸꾸옥에 갔다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합니다.

Bún Quậy Kiến Xây는 분꿔이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 중 하나입니다.

 

해산물과 야시장 음식

푸꾸옥에서는 유명한 식당을 여러 곳 찾아다니기보다 숙소와 여행 동선에 맞춰 식당을 고르는 편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즈엉동 지역에 머문다면 저녁 식사를 하고 주변 야시장을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배가 아주 고프지 않아도 야시장을 걷다 보면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푸꾸옥에서는 너무 완벽한 식사 계획을 세우기보다 조금 여유를 남겨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 푸꾸옥에서 저장해둘 곳

- Bún Quậy Kiến Xây|분꿔

- 숙소 주변 해산물 식당 | 저녁 식사

- 푸꾸옥 야시장 (Chợ đêm Phú Quốc)

 

 

 

맛집은 관광 동선과 함께 정하는 게 편합니다

맛집을 찾다 보면 저장해둔 곳이 생각보다 많아집니다.

그런데 실제 여행에서는 숙소에서 너무 멀거나, 관광 일정과 완전히 반대 방향에 있어서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저장할 때는 이름만 보지 말고 관광지와 함께 위치를 확인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낭이라면 미케비치와 한시장, 바나힐, 호이안처럼 방문할 장소를 먼저 정하고 그 주변 식당을 찾아보는 식입니다.

하노이는 올드쿼터와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호치민은 어느 지역에서 주로 시간을 보낼지 정해두면 식당 고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꼭 가고 싶은 식당은 하루에 한두 곳 정도만 미리 정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머지는 여행하면서 결정해도 충분합니다.

생각보다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고,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고, 걷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여행, 너무 많이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맛집 저장은 끝이 없습니다.

유명한 쌀국수집, 줄 서서 먹는 반미집, SNS에서 본 해산물 식당,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작은 식당까지 하나씩 저장하다 보면 어느새 지도에 핀이 가득해집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가보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곳도 있고,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고, 그냥 걷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꼭 가보고 싶은 식당은 한두 곳 정도만 정해두는 편이 오히려 편합니다.

다낭에서는 미꽝과 반쎄오.

나트랑에서는 해산물과 넴느엉, 분짜까.

호치민에서는 반미와 껌땀.

하노이에서는 퍼와 분짜, 그리고 에그커피.

푸꾸옥에서는 신선한 해산물과 분꿔이.

여행 전에 도시별로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몇 가지만 정해두면 식당을 고르는 일도 훨씬 쉬워집니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배고플 때 결정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우연히 들어갔던 식당의 한 끼가 여행이 끝난 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음 여행 이야기는?

베트남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다녔다면, 다음에는 태국으로 떠나볼까 합니다. ✈️

방콕과 푸켓, 치앙마이, 파타야는 같은 태국 안에서도 여행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어디에서는 쇼핑을 즐기고, 어디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또 어디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여행이 더 잘 어울립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여행 스타일에 따라 방콕·푸켓·치앙마이·파타야 중 어디가 잘 맞을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여행 전 참고하세요

이 글에 소개한 식당은 작성 시점 기준으로 공식 홈페이지, 관광 정보, 미슐랭 가이드 등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해외 식당은 영업시간이나 휴무일, 주소와 지점 정보가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식당은 비슷한 이름의 지점이 여러 곳이거나 이전·확장하는 경우도 있으니 출발 전에는 지도와 공식 안내를 통해 최신 위치와 영업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보세요.

식당 이름만 검색하기보다는 주소까지 함께 확인해두면 여행 중 헷갈릴 일이 훨씬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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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식테크, 부동산테크,

금테크에 이어 ‘술테크’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처음에는 저도 조금 낯설었습니다.

 

술과 재테크라니.

좋아하는 술을 사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오래 보관했다가 값이 오르면 팔거나 자산처럼 보유한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영국 기사를 보다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투자가 아니었습니다.

한 아버지가 아들의 생일마다 사둔 위스키가 28년 뒤,

뜻밖의 선물이 된 이야기였습니다.

🎂 아들의 생일마다 맥캘란 한 병씩

1992년,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 앤드 킨로스에 사는 피트 롭슨에게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매슈 롭슨.

피트는 아들이 태어난 것을 기념해 맥캘란 18년산 한 병을 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맥캘란 18년산을 한 병씩 사기 시작했습니다.

한 살 때 한 병.

두 살 때 또 한 병.

그렇게 매년 한 병씩.

피트가 맥캘란을 선택한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맥캘란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와 관련된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마 이렇게 큰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아들의 생일을 기념하는 조금 특별한 선물이었겠죠.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아들이 28살이 되었을 때, 생일마다 한 병씩 모인 맥캘란은

모두 28병이 되어 있었습니다. 피트가 그동안 위스키를 사는 데

쓴 돈은 약 5,000파운드( 9,453,210원)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매슈는 이 위스키 컬렉션을 판매하기로 합니다.

결과는 4만4,000파운드(83,188,292원)

원래 4만 파운드 이상을 기대했던 컬렉션이 실제로

국제 구매자에게 4만4,000파운드에 판매됐습니다.

매슈는 그 돈을 자신의 첫 집을 마련하기 위한

보증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릴 때는 그냥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28년이 지나자 집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돈이 됐습니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이걸로 돈을 벌자”는

계획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생일을 기념하며 한 해에 한 병씩 위스키를 샀을 뿐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오르는 것을 보고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작은 어디까지나 아들을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생일이 28번 지나가는 동안 병도 하나씩 늘어났고,

그렇게 28병의 맥캘란이 만들어졌습니다.

 

왠지 위스키보다 그 안에 쌓인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11파운드짜리 위스키가 2,700파운드가 된 이야기

비슷하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선물하려고 샀던 위스키 한 병입니다.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마이클 앰플렛은 1978년 스코틀랜드 포트윌리엄에서

아버지를 위해 맥캘란 한 병을 구입했습니다.

 

병에는 1937년산이라는 표시가 있었습니다.

그 해가 아버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선물로 고른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가격은 약 10~11파운드.(20,790원)

마이클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자신의 주급의 약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산 위스키는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병을 열 기회가 없었습니다.

 

1987년이 지나고, 1991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병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찬장 속에 있던 위스키는 2016년 어머니의 집을 정리하면서 다시 발견됐습니다.

마이클은 아버지 없이 그 술을 마실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위스키를 경매에 내놓았고, 2020년 2,700파운드(51,047,360원)에 낙찰됐습니다. 

11파운드가 2,700파운드가 됐으니 숫자만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히 “오래 놔두면 돈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1937년산이라는 희귀성, 맥캘란이라는 브랜드,

오랜 세월 동안 개봉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됐다는 점 등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했을 겁니다.

그래도 참 묘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언젠가 함께 마시려고 샀던 술이었습니다.

결국 함께 마시지는 못했지만, 42년 동안 가족과 함께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가치를 갖게 됐으니까요.


 그렇다면 오래된 술은 모두 비싸질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래된 술이라고 해서 모두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마트에서 산 위스키를 30년 동안 장식장에 넣어둔다고 해서

무조건 몇백만 원짜리가 되는 것은 아니겠죠.ㅎㅎ

희귀 위스키의 가격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합니다.

생산량이 적었는지.

지금은 단종된 제품인지.

특정 연도에 생산된 희귀한 빈티지인지.

보관 상태는 좋은지.

원래 상자와 라벨 등이 잘 남아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수집가들이 원하는 제품인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같은 맥캘란이라도 어떤 병은 평범한 가격에 거래되고,

어떤 병은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에 팔리기도 합니다.


 맥캘란 1926은 왜 그렇게 비쌀까?

희귀 위스키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맥캘란 1926입니다.

2023년 11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맥캘란 1926 가운데 특정 병 한 병이 무려 218만7,500파운드에 팔렸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정말 입이 벌어지는 금액입니다.

이 기록을 세운 것은 The Macallan Valerio Adami 1926으로,

60년 동안 숙성된 뒤 병입된 매우 희귀한 위스키입니다. 

 

물론 이건 우리가 슈퍼마켓이나 일반 주류 판매점에서 만나는

위스키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술 한 병이 자동차 한 대 값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집 한 채 값이 되는 세계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례를 보면 왜 오래된 위스키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조금 이해가 됩니다.

그 술은 이제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26년에 증류된 술은 2026년에 아무리

비슷하게 만들려고 해도 똑같이 만들 수 없습니다.

그 시절의 원액도,

그때 사용된 통도,

그리고 그 뒤에 흘러간 시간도 다시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럼 위스키는 병에 넣어두면 계속 숙성될까?

오래된 위스키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건 병 안에서 50년이나 더 숙성된 거 아닌가?”

 

하지만 위스키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병 안에서 계속 숙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스키의 숙성은 주로 오크통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오래된 위스키가 비싸지는 이유도 단순히 병 속에서 계속 숙성돼서라기보다는, 

그 시절에 만들어진 술이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될 수 없고,

시간이 갈수록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병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특히 희귀한 빈티지나 단종된 제품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군가는 마시고,

누군가는 선물하고,

또 누군가는 병을 열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미개봉 상태로 남아 있는 병은 점점 줄어듭니다.

어쩌면 희귀 위스키의 가격은 술의 맛만이 아니라, 

그 술이 무사히 살아남은 시간의 값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술테크’보다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몇 배가 올랐고, 얼

마가 됐다는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아들의 생일마다 한 병씩 위스키를 사둔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와 함께 마시려고 샀다가 결국 열지 못한 위스키 이야기.

둘 다 처음부터 거창한 재테크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특별한 날을 위해 샀고,

언젠가 함께 마시려고 아껴두었고,

선물하고 싶어서 보관해둔 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술 한 병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위스키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되고,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이 되고,

이제는 다시 만들 수 없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술테크’라는 단어보다 시간이라는 단어가 더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준 28병의 맥캘란.

한 병씩 보면 그냥 위스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8병을 한자리에 모아놓으면 그 안에는 아들의 28번의 생일이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생일.

열 번째 생일.

스무 번째 생일.

그리고 스물여덟 번째 생일까지.

아버지가 해마다 한 병씩 사서 쌓아둔 시간이죠.

 

그 시간이 나중에는 아들의 첫 집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선물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집에도 있을까요?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두었던 위스키 한 병.

누군가에게 선물받고 아까워서 열지 못한 와인.

여행지에서 사 와 장식장 한쪽에 넣어둔 술.

물론 대부분이 맥캘란 1926처럼 엄청난 돈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ㅎㅎ

 

하지만 술의 가격과 상관없이, 오래된 물건에는 이상하게 시간이 묻어 있습니다.

그 병을 샀던 날이 있고,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기억이 나고,

왜 열지 않았는지도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어떤 물건은 오래될수록 값보다 이야기가 먼저 쌓이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28년 동안 사준 맥캘란도 어쩌면 그랬을 겁니다.

위스키 28병의 가격은 4만4,000파운드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28년의 시간을 돈으로 계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궁금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지금 위스키 한 병을 사서 30년 동안 열지 않고 보관할 수 있으신가요? 

우리 가족이라면……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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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과 함께 더 많은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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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우리는 아침을 먹으며 세비야에서 혹시 빼놓고 온 곳이 없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며칠 전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했던 세비야 미술관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다시 가볼까 했지만 남편은 어제 갔던 운하에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했다.
햇볕을 쬐며 강이나 바다처럼 탁 트인 곳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결국 남편이 가고 싶다는 곳으로 향했다.
가방에는 미니 스피커를 넣었다. 남편은 여행을 갈 때도 음악을 빼놓지 않는다.
트램을 타고 과달키비르 강가로 갔다.

 
남편은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커피를 내릴 때도 음악을 틀고, 요리를 할 때도 먼저 음악부터 고른다. 재즈, 팝, 샹송, 보사노바, 클래식까지 듣는 장르도 넓다.
나는 그와 조금 다르다. 몇 가지 익숙한 음악을 빼면, 장소와 분위기가 맞아야 비로소 음악이 귀에 들어온다.
그래서 집에서도 가끔 부딪힌다.
남편은 음악을 크게 틀어야 좋고, 나는 조용한 쪽이 편하다.

남편에게 음악은 생활의 일부지만, 내게 음악은 듣고 싶을 때 찾아 듣는 것에 가깝다.
그런 우리가 이날은 강가에 나란히 앉았다.
과달키비르 강은 세비야 도심을 가로지르며 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운하와 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길에서 사 온 짭조름한 바게트를 뜯어 먹는데,

강가에 있던 오리 두 마리가 우리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오리들이 물을 헤치고 움직이자 수면 아래가 갑자기 부산해졌다.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검은 등짝을 물 위로 내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한 강이었는데, 물속에서는 꽤 바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앉아 빵을 먹고, 오리가 물을 가르고, 물고기들이 그 아래에서 몰려다녔다.
고개를 들자 황금의 탑이 바로 앞에 있었다.
남편은 햇볕이 너무 강하다며 조금 그늘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자리를 잡고 앉더니 가방에서 미니 스피커를 꺼냈다.
버튼을 누르자 낮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강물 위에서는 햇살이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음악은 크지 않았다. 물소리와 바람 소리 사이에 섞여 있다가, 가끔 귀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어제는 음악을 따라 걸었고, 이날은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같은 음악인데도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강에서 스페인 광장으로

오래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목적지도 남편이 정했다. 스페인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강을 떠나 구시가 쪽으로 걷는데, 강에서 갈라져 나온 옛 물길이 도시 안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강이 바다를 향해 흐른다면, 운하는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물길을 따라 걷다 보니 풍경도 조금씩 바뀌었다.
돌길과 오래된 건물 사이로 사람들이 오갔고, 관광객들의 목소리와 거리의 음악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걷다 보니 어느새 스페인 광장이 나왔다.

각자의 음악을 찾아서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햇살은 여전히 강했다.
남편은 건물 안쪽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더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광장 한쪽에서 공연 중인 플라멩코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도 우리는 잠시 따로 움직였다.
며칠 전 보았던 플라멩코와는 다른 댄서들이 무대에 올랐다.
젊은 여자의 춤은 힘이 넘쳤다. 발을 구르는 소리도 몸짓도 시원시원했다.

그런데 내 눈길은 뒤에 나온 나이 든 댄서에게 더 오래 머물렀다.
다른 댄서들보다 움직임은 느렸다.
하지만 느리다고 해서 힘이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손에는 붉은 스카프가 들려 있었다.
발을 세게 구르는 대신 스카프를 천천히 움직였고, 팔과 몸을 따라 길고 선명한 선을 만들었다.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보는 동작 하나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젊은 댄서처럼 빠르고 화려하지 않아도 무대는 전혀 비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동작 사이의 여유 때문에 나는 그녀를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
스카프가 공중에서 크게 한 번 돌고, 그녀의 몸이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 강가에 앉아 있던 시간이 떠올랐다.
딱히 어디로 갈 필요도 없고, 뭘 더 봐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시간.
햇볕을 받고, 음악을 듣고, 물 위를 바라보던 시간.
그날은 나도 조금 느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영상으로 꼭 남기고 싶었던 순간인데 업로드에 실패했다.
아쉬운 마음에 내가 찍은 영상을 캡처해 사진으로 남긴다.
스페인 광장에서 만난 이 할머니의 플라멩코가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획대로 움직였던 날보다 그런 순간들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페라는 시간에 맞지 않아 보지 못했다. 가려고 했던 곳을 포기한 날도 있었다.
대신 우연히 만난 음악을 들었고, 예정에 없던 길을 걸었다. 강가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참 쉬기도 했다.
그렇게 세비야에서의 다섯 날이 지나갔다.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는 걸 알았다.
그만큼 자주 멈춰 앉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무엇을 봤는지보다 어디에서 오래 머물렀는지가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세비야에서도 그랬다.
화려했던 건물과 유명한 장소들은 사진 속에 남아 있지만,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따로 있다.
황금의 탑 아래.
강물 위로 햇살이 반짝이고, 옆에서는 남편이 가져온 작은 스피커에서 음악이 흐르던 오후.
그날 우리는 어디에도 급히 갈 필요가 없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물길을 바라보며 천천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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