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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사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세요?

단정한 코트에 모자를 눌러쓰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든 채 거리를 걷는 모습. 오래된 영국 영화나 사진을 보면 이런 차림의 남성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모자는 유독 눈에 띄죠.

 

그런데 영국에서는 오래전 모자를 쓰는 일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고 해요. 멋을 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아예 법으로 착용을 정해 놓았던 시절도 있었거든요.

 

때는 1571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통치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귀족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여섯 살이 넘는 사람들이 일요일과 공휴일에 영국에서 만든 모직 모자를 쓰도록 하는 법이 시행됐습니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벌금까지 내야 했다고 해요. 이 법은 국내 모자 제조업과 양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일요일에 모자를 쓰지 않았다고 벌금을 내야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꽤나 별난 법이지요? ㅎㅎㅎ

 

물론 이 법이 영원히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1597년에 폐지됐지만, 당시 모자가 얼마나 중요한 산업이었는지는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양털과 함께 자라난 영국의 모자 문화

영국의 전통 의상을 이야기하다 보면 양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양을 기르고 털을 깎아 실과 옷감을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영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스코틀랜드 국경 지역에서는 중세부터 양모를 이용한 직물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양을 기르기 좋았고, 직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발전한 모직물 산업은 훗날 트위드의 역사와도 연결됩니다. 

 

트위드는 양모로 짠 직물입니다. 표면에 은근한 질감이 있고, 회색이나 갈색처럼 차분한 색에 체크무늬와 헤링본 무늬가 잘 어울립니다. 요즘도 트위드 재킷을 보면 영국의 시골길이나 오래된 저택, 사냥과 골프 같은 전원 활동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하죠.

 

이런 옷차림과 잘 어울리는 모자가 바로 플랫 캡입니다.

 

플랫 캡, 영국의 일상에서 신사의 옷차림까지

플랫 캡은 둥글고 납작한 윗부분에 앞쪽으로 짧은 챙이 달린 모자입니다. 양모나 트위드로 만든 제품이 많고, 모양이 부드러워 일상복에도 잘 어울립니다.
예전에는 노동자와 농부, 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자를 썼습니다. 추위를 막고 비바람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실용적인 물건이었죠. 16세기 런던에서 쓰던 모직 모자도 보온성과 내구성을 중요하게 여겨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플랫 캡은 전원생활이나 골프, 사냥 같은 활동과 연결됐고, 클래식한 영국식 옷차림을 떠올리게 하는 모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플랫 캡에 트위드 재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어딘가 오래된 영국 영화 속 인물 같기도 합니다. 물론 모자 하나 썼다고 신사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요. ㅎㅎㅎ

 

 

동그란 모양이 인상적인 볼러 햇

영국 신사의 모자를 이야기할 때 볼러 햇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둥글고 단단한 윗부분에 좁은 챙이 달린 모자로, 검은색 제품이 특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자도 처음부터 도시의 멋쟁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1849년 런던의 모자 제작자 토머스와 윌리엄 볼러가 에드워드 코크의 의뢰를 받아 만들었습니다. 말을 타고 다니는 사냥터 관리인들이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보호하고, 기존의 높은 모자가 쉽게 벗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모자였지만, 이후 영국의 직장인과 은행원들이 즐겨 쓰면서 도시적인 이미지도 얻게 됐습니다. 한때는 중산층 남성의 정장 차림을 상징하는 모자로 널리 알려졌죠.

 

 

톱햇 (Top Hat)

 

톱햇은 윗부분이 높고 챙이 있는 모자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격식 있는 옷차림이나 공식 행사에서 자주 볼 수 있었고,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의례나 특별한 행사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높고 매끈한 모양이 특징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격식 있는 남성 복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공식 행사나 특별한 자리에 어울리는 모자였죠. 오늘날에도 영국의 전통적인 신사 이미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모자입니다.

 

트위드와 양모 모자

트위드는 모자 이름이 아니라 양모 등을 짜서 만든 직물의 한 종류입니다. 잔잔한 체크무늬와 자연스러운 색감이 특징이며, 플랫 캡과 재킷 등에 널리 활용돼 왔습니다. 영국의 양모 산업과 전통적인 옷차림을 함께 소개하기 좋은 소재예요.

 

 

플랫 캡과 볼러 햇, 톱햇은 모양부터 쓰임까지 서로 다릅니다. 같은 모자라도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요즘 영국 거리에서는 어떨까?

물론 지금 영국에서 모든 남성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출근길에는 후드가 달린 점퍼를 입거나 운동화를 신고 걷는 사람이 더 흔하죠. 전통적인 모자를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도 있지만, 특별한 옷차림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플랫 캡이나 트위드 모자는 여전히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볼러 햇과 톱햇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나 특정한 전통 의상에서 볼 수 있고요.

 

이렇게 보면 영국 신사의 모자라는 이미지도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추위를 막거나 머리를 보호하려고 썼고, 어떤 시기에는 국내 산업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착용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직업과 계층, 유행에 따라 모양과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1571년에는 모직 모자를 쓰도록 법까지 만들었다니, 당시 사람들에게 모자는 단순한 패션 소품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양털을 기르고, 실을 만들고, 옷감과 모자를 제작하는 일에 많은 사람의 생계가 달려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마음에 드는 모자를 골라 쓰면 그만입니다. 모자를 쓰지 않는다고 벌금을 걱정할 일도 없고요. ㅎㅎㅎ

 

영국의 거리를 걷다가 플랫 캡을 쓴 사람을 만나면 예전보다 조금 더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모자의 모양뿐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진 양모 산업과 옷차림의 변화까지 생각나지 않을까요?

 

늘 보던 물건도 유래를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영국 신사의 모자도 그런 것 중 하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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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가을은 단풍보다 바람이 먼저다.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면 나뭇잎은 제법 노랗게 물들어 있고, 햇살도 잠깐 비친다. 오늘은 좀 괜찮으려나 싶어 옷을 챙겨 입고 가방에 우산까지 넣는다. 나름 단단히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얌전하던 바람이 갑자기 얼굴을 바꾸고 달려든다. 우산은 펼치자마자 뒤집힐 듯 흔들리고,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날린다. 한 손으로 우산을 붙들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누르다 보면 우습기도 하다. 이러려고 굳이 머리를 감고 나왔나 싶다.

 

영국 날씨는 도무지 한 가지 얼굴만 보여주는 법이 없다. 비가 쏟아지다가도 어느새 해가 나고, 반가운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저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온다. 날씨 앱을 꼼꼼히 확인하고 나왔는데도 허탕을 치는 날이 있다. 예보가 틀린 건지, 날씨가 마음을 바꾼 건지 알 수가 없다.

 

요즘 영국에는 거센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 폭풍이 찾아오고 있다. 강한 바람에 교통이 지연되거나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등 날씨로 인한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영국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날씨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처음에는 특별히 할 말이 없으니 날씨를 묻나 싶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침에 입고 나갈 옷부터 외출 시간까지, 날씨 하나에 하루의 계획이 달라진다. 날씨 이야기는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꽤 현실적인 관심사인 셈이다.

 

나 역시 달라졌다. 예전에는 옷을 고를 때 어울리는 색이나 모양부터 봤다면, 이제는 비에 젖지 않을지, 바람이 불면 춥지 않을지부터 따진다. 공들여 손질한 머리도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모자는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하는 날도 많다. 현관을 나서기 전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는 버릇도 생겼다.

 

그렇다고 영국의 가을이 마냥 얄밉기만 한 건 아니다.

비바람에 시달리다 따뜻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면, 그 순간만큼은 참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젖은 외투를 벗어 걸고 따뜻한 커피를 주문한다. 두 손으로 잔을 감싸 쥐고 한 모금 마시면 얼었던 몸이 조금씩 풀린다.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우산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바삐 지나간다. 방금 전까지 나도 저 사람들 틈에서 우산과 씨름하고 있었다는 게 조금 우습다.

비싼 커피도, 특별한 디저트도 필요 없다. 밖에서 종일 바람에 쫓기다가 잠깐 앉아 쉴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날에는 커피 맛보다 따뜻한 실내가 더 반갑다.

 

물론 집을 나설 때마다 우산 앞에서 고민하는 일은 여전하다. 작고 가벼운 우산은 바람이 불면 불안하고, 튼튼한 우산은 가방

에 넣기엔 영 부담스럽다. 큰 우산을 챙기면 비가 그치고, 그냥 나서면 어김없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쩌면 영국 날씨는 내가 우산을 챙겼는지 안 챙겼는지 몰래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 성가신 일이다. ㅎㅎㅎ

 

요즘은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예전처럼 투덜거리지만은 않는다. 비가 오면 잠깐 처마 밑에 서 있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걷는다. 그러다 햇살이 비치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 걸음을 늦추기도 한다. 거창한 깨달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날씨를 붙잡고 씨름해 봐야 나만 지칠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오늘도 문을 나서기 전 잠시 망설인다. 우산을 챙길까, 모자도 써야 하나. 결국 둘 다 들고 나가기로 한다. 짐이 조금 늘더라도 머리와 옷이 엉망이 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영국의 가을에는 우산 하나로는 어림도 없다. 바람까지 상대하려면 준비도 요령도 필요하다. 그래도 어쩌다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이 변덕스러운 계절도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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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전날 미리 짐을 챙겨둔 덕분에 아침은 간단히 먹고 숙소를 나섰다. 이제 나폴리를 떠나 아말피 해안으로 간다.

 

나폴리에서 보낸 4박 5일이 꽤 좋았던 터라 떠나려니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 며칠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다시 들떴다.

 

나폴리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살레르노(Salerno)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우리가 묵을 미노리(Minori)까지 갈 예정이었다. 딸아이가 배표도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두어 별다른 걱정 없이 출발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ㅎㅎ

 

배를 놓칠 뻔한 점심시간

살레르노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어 있었다.

항구로 가기 전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근처 피아디나 가게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여행을 몇 번 해본 딸아이가 여기까지 왔으니 피아디나도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얇고 납작한 빵에 여러 재료를 넣어 접어 먹는 음식인데, 나는 좋아하는 루콜라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것으로 골랐다. 남편과 딸아이는 햄과 치즈가 들어간 것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ㅎㅎ

 

처음에는 시간이 넉넉한 줄 알고 느긋하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배 출발 시간을 다시 확인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엄마,아빠, 배 15분 뒤에 출발한대!"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먹던 음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항구를 향해 뛰었다. 평소 같으면 금방 걸어갈 거리인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배가 이미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눈앞에 배가 보이는데도 혹시 놓칠까 봐 마지막까지 서둘렀다. 다행히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배에 타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맛있는 점심을 여유롭게 먹으려다 하마터면 배를 놓칠 뻔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지나고 나면 웃음이 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얼마나 마음이 바빴는지 모른다. ㅎㅎ

배를 타고 아말피 해안으로

배가 살레르노 항구를 벗어나자 지중해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해안을 따라가다 보니 가파른 절벽 위로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저런 곳에 집을 짓고 살아갈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땅이 평평하지도 않고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다.

멀리서 바라본 집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을 띠고 있었지만, 한데 모여 해안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저 집마다 누군가의 하루가 담겨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니 눈앞의 풍경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햇빛이 닿는 곳마다 바다색도 조금씩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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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해안을 따라 달리다가 중간중간 작은 항구에 멈췄다. 사람들이 내리고 새로운 승객들이 탔다. 잠깐씩 들르는 마을마다 풍경이 달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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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해안의 마을들은 버스로도 오갈 수 있지만, 해안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한 곳이 많다고 한다. 배를 타면 바다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이동할 수 있으니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우리도 배를 타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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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다와 해안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미노리에 도착했다. 살레르노에서 출발해 40분쯤 지났을 때였다.

작은 항구 마을, 미노리

배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바로 해변이 보였다. 해변은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닷속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햇볕을 쬐며 누워 있는 사람들, 파라솔 아래에서 쉬는 사람들까지.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해변을 지나 숙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길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 앞 화분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레몬이 익어가고 있었고, 오래된 토분과 돌화분이 골목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작은 상점들도 하나둘 문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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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예쁜 화분이 보이면 걸음을 늦추고, 마음에 드는 골목이 나오면 사진을 찍었다. 특별히 어디를 찾아가지 않아도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그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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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골목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조금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앞에 멈춰 서고, 다시 걷다 보면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미노리에서의 첫인상은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됐다.

조금 더 걸으니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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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탈리아 전통 아파트(레지던스 호텔)였는데, 주인이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열쇠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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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벽과 잘 어울리는 가구,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정성껏 살아가는 집에 잠시 초대받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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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이곳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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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3박 4일을 보낼 예정이다.

짐을 풀고 잠시 쉬려는데 딸아이가 해변으로 나가자고 했다. 얼른 바다에 들어가 지중해에서 수영하고 싶다며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딸아이는 물을 정말 좋아한다. 바다든 수영장이든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어 하는 아이다. 어쩌면 전생에 인어였던 건 아닐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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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함께 수영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내일부터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딸아이부터 바다에 보내주기로 하고, 우리도 산책할 겸 함께 해변으로 나섰다.


저희 가족의 여행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이탈리아의 골목을 걷고,

푸른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기분이 드셨다면 참 기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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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또 다른 여행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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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괜찮아, 영국 사람들은 오늘도 걷는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비가 오는 날 외출하려면 단단히 준비를 했다.

옷도 제대로 갖춰 입고 우산도 챙겼다. 비가 오는데 그냥 나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비를 맞지 않으려면 우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조금씩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영국 사람들이 외출을 미루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우산을 몇 번이나 비바람에 찢기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ㅎㅎㅎ

​

특히 이곳 바닷가 시골에서는 우산을 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비만 내리는 게 아니라 바람까지 불어대니 우산을 펼치는 순간 뒤집히기 일쑤다. 손잡이를 꽉 붙들고 있어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비를 피하려고 챙겨 나온 우산 때문에 오히려 더 고생하는 셈이다.

​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길을 나선다.

​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밖을 내다보면 비가 내리는 날에도 사람들은 평소처럼 걷는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도 흔하고, 장을 보러 나가는 발걸음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운동 삼아 동네를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

물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거나 바람이 몹시 거센 날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비가 조금 내린다고 하던 일을 미루거나 하루 일정을 바꾸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었다. 나는 비를 피하려고 서두르는데, 이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태연할까 싶었다.

옷이 젖는 것도 괜찮은 걸까.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는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걸까.

​

살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가는 외출할 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적당히 챙겨 입고 나가는 편이 나을 때도 많다.

​

굳이 비를 피하지 않는 사람들​

영국 사람들이 비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햇볕이 나면 반갑고, 며칠씩 비가 이어지면 지겹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비가 내린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을 멈추지는 않는다.

 

물론 영국 사람이라고 모두 우산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우산을 들고 걷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사는 바닷가 시골에서는 우산보다 후드나 방수 재킷을 걸치고 걷는 모습이 더 익숙하다. 옷

이 조금 젖더라도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

나 역시 예전보다는 비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우산을 아예 챙기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히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달라진 점이라면 그렇게 챙겨 나온 우산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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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우산이 뒤집힐까 걱정부터 앞선다. 비가 조금 내리는 정도라면 그냥 맞고 걷게 된다.

몇 번이나 우산을 찢어 먹고 나니 이제는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래도 우산 없이 나가기는 어쩐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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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에 접어든 영국

영국은 이제 우기에 접어든 모양이다. 비가 하루 이틀 내리다 그치는 게 아니라, 좀처럼 끝날 기미가 없다.

아침에 창밖을 내다봐도 비, 오후에도 비다. 이맘때쯤이면 집 안팎 여기저기에 이끼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벌써 우리 집 현관 앞과 대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도 푸른 이끼가 얇게 내려앉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에 잘 띄지 않던 초록빛이 이제는 계단 곳곳에 제법 선명하다. 비가 그칠 줄 모르니 이끼도 슬그머니 제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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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래 이어지면 집 주변 풍경도 조금씩 달라진다. 돌계단은 축축해지고, 담장과 구석진 곳에는 초록빛이 짙어진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비가 내리는 것만 신경 썼는데, 이제는 집 주변에 번지는 이끼를 보며 비가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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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길을 걷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비에 젖은 길을 따라 개를 산책시키고, 장을 보고, 자기 할 일을 한다. 이곳 사람들에게 비는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늘 곁에 있는 날씨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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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는 비가 온다고 하루를 미루지는 않는다. 그래도 외출할 때면 우산을 챙긴다. 그리고 아마 오늘도 그 우산을 손에 든 채 한 번도 펼치지 않고 돌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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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 오는 날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우산을 챙기는 습관만큼은 여전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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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스웨이드 재킷 하나쯤 사고 싶어졌다

영국에 살다 보면 계절마다 거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옷들이 있다.

요즘은 스웨이드 재킷이 그렇다. 외출할 때마다 멋스럽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눈에 띄는데, 특히 브라운이나 카멜 컬러의 스웨이드 재킷이 참 근사해 보인다. 특별히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재킷 하나만으로 옷차림이 멋스러워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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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눈여겨보다 보니 나도 한 벌쯤 갖고 싶어졌다. 올가을에는 스웨이드 재킷을 하나 장만해 볼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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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고르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라와 망고처럼 비교적 부담 없이 살펴볼 수 있는 브랜드도 있고,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디자인과 소재가 마음에 드는 브랜드도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비슷한 브라운 계열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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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입고 싶은 재킷을 고르는 마음으로 브랜드 몇 곳을 정리해 봤다. 자라와 망고부터 Massimo Dutti, Reiss, AllSaints, Whistles, Sézane까지. 평소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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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떤 재킷을 살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비교해 보는 것도 쇼핑의 즐거움인 것 같다.

혹시 나처럼 올가을 스웨이드 재킷을 눈여겨보고 있다면, 함께 살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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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나 자신을 위한 쇼핑 리스트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올가을 눈여겨볼 만한 스웨이드 재킷 브랜드 일곱 곳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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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와 망고처럼 비교적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부터 Massimo Dutti, Reiss, AllSaints, Whistles, Sézane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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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따르되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가격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충분히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재킷을 찾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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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처럼 올가을 스웨이드 재킷 한 벌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리스트가 작은 쇼핑 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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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봄버, 벨티드 재킷, 크롭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시즌마다 달라지는 실루엣과 디테일을 빠르게 반영하는 자라. 크롭 재킷부터 여유로운 봄버, 벨티드 디자인까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0MANGO — 절제된 우아함


Massimo Dutti - 조용한 럭셔리

- 약 £250–£500

 - 프리미엄

소재의 질감과 실루엣에 집중하는 브랜드. 

깊이 있는 브라운 컬러와 정돈된 디자인, 절제된 디테일에서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AllSaints - 시크한 도시 감성

- 약 £400–£500

· 프리미엄

봄버와 바이커 스타일에 강점이 있는 영국 브랜드. 

가죽과 스웨이드의 질감을 활용한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여유로운 봄버와 바이커 스타일, 빈티지한 색감이 어우러져 도회적이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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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브랜드를 하나씩 살펴보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너로 정했다.

Sézane.

올가을에는 스웨이드 재킷 한 벌로 나만의 프렌치 시크를 완성해 봐야겠다.

올가을, 나도 바리지엥(Parisienne)이 되어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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