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라가에서의 둘째 날 아침, 우린느 론다(Ronda)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큰길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잔잔히 내리던 비는 버스가 출발하자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잠시 햇살이 비쳤지만, 론다에 가까워질수록 다시 짙은 비구름이 몰려왔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문득 웃음이 났다.
“우리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건 아닐까?”
비 내리는 론다 첫인상


론다 버스터미널에서 호텔까지는 걸어서 5분 남짓.
돌길 위로 빗물이 번들거렸고, 우리는 우의를 입은 채 천천히 호텔로 향했다. 딸이 예약한 숙소는 론다 투우장(Plaza de Toros) 근처였다. 여행 일정뿐 아니라 이동 동선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마음이 느껴졌다.
체크인을 마친 뒤, 비가 잠시 잦아든 틈을 타 투우장 주변을 산책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투우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관광객 몇 명만 조용히 빗속을 지나고 있었다.
누에보 다리(Puente Nuevo)와 론다 협곡
투우장을 지나 누에보 다리(Puente Nuevo) 방향으로 걸어가자, 협곡 아래에서 올라오는 습기 어린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론다를 대표하는 누에보 다리는 깊은 엘 타호 협곡(El Tajo Gorge)을 가로지르며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한다.
✔︎ 론다 누에보 다리 역사
- 1759년 공사 시작
- 약 30년에 걸쳐 완공
- 절벽 높이 약 100m
- 스페인 안달루시아 대표 랜드마크
이전의 다리가 붕괴된 이후, 사람들은 더 견고한 다리를 원했고 결국 지금의 거대한 석조 아치가 완성되었다.
비에 젖은 암벽은 황톳빛으로 물들었고, 협곡 아래 과달레빈 강(Guadalevín River)은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Plaza del Socorro의 고요한 밤
호텔로 돌아오던 길, 우리는 특별한 목적 없이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마주한 곳이 바로 Plaza del Socorro 광장이었다.
낮이면 여행객으로 붐비는 장소지만, 그날 저녁의 광장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광장 중앙의 분수에서는 빗물과 분수물이 뒤섞여 잔잔히 흐르고 있었고, 주변 상점 불빛은 젖은 바닥 위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광장을 마주한 Parroquia de Nuestra Señora del Socorro 성당은 화재 이후 재건된 교회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두 개의 종탑과 단정한 외관이 오히려 오래 시선을 붙잡았다.
그 풍경 속에 서 있자, 빗소리마저 점점 멀게 느껴졌다.


론다 호텔 추천 맛집|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 타파스

저녁 무렵, 우리는 호텔에서 추천받은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따뜻한 타파스와 와인을 주문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벨기에 부부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오토바이로 안달루시아를 여행 중이라는 그들은 다음 날 그라나다로 떠난다고 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이어진 짧은 대화는 빗소리와 레스토랑의 소란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남편은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계속 “이베리코 햄”만 반복했고, 결국 주문한 하몽 한 점을 먹자마자 말했다.
“하몽 시킨 거 아닌가? 왜 이렇게 짜?”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비 내리는 론다 구시가지 산책


다음 날 아침, 비는 더 거세졌지만 우리는 그대로 구시가지로 향했다.
론다는 켈트족, 로마, 무어 시대를 거치며 이어져 온 오래된 도시다.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 풍경은 비와 안개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Mirador de Aldehuela 전망대에 섰다.
안개 너머로 붉은 지붕과 흰 벽의 집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협곡과 산맥이 겹쳐지며 론다만의 깊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왜 수많은 여행자들이 론다를 사랑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호아킨 페이나도 미술관



전망대 뒤편에는 작은 미술관인 Museo Joaquín Peinado가 자리하고 있다.
론다 출신 화가 호아킨 페이나도는 파리에서 활동하며 피카소와 교류했던 인물이다.
전시실에는 밝은 색채와 기하학적 구성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한쪽에는 피카소 판화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무어왕의 집(Casa del Rey Moro)


골목 끝에서 우리는 무어왕의 집(Casa del Rey Moro)에 도착했다.
겉에서 보면 폐허처럼 보이는 건물이지만, 실제 하이라이트는 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동굴과 계단이다.
입구를 지나 정원을 통과하자, 어둡고 축축한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론다 동굴과 협곡 아래 풍경




무어왕의 집 동굴은 과거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시설이다.
절벽 내부를 따라 이어진 좁은 돌계단은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고 어두웠다.
조도가 낮아 남편의 시야가 흐려질 때마다, 나는 계단 높이와 방향을 알려주며 손을 잡고 천천히 내려갔다.
어둠 속에서 함께 걷는 동안, 오히려 서로의 걸음은 더 단단히 이어졌다.
동굴 밖으로 나오자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빗물이 절벽을 따라 은빛 실처럼 흘러내렸고, 협곡 아래에서는 물소리가 깊게 울렸다.
안개 속 론다 마을은 흐릿하게 떠 있었고, 비에 젖은 암벽과 초록빛 식물들은 선명하게 빛났다.
안달루시아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은 도시, 론다
세비야의 화려함과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도 아름다웠지만, 가장 오래 마음속에 남은 곳은 결국 론다였다.
협곡과 비, 동굴의 어둠과 전망대의 빛,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순간들.
론다는 단순히 “예쁜 도시”가 아니라, 여행의 감정이 가장 깊게 남았던 장소였다.
우리는 그렇게 론다의 하루를 천천히 마음속에 접어 두었다.


https://kjhee01.tistory.com/37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3
http://brunch.co.kr/magazine/junh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매거진#스페인 #안달루시아 #알함브라brunch.co.kr - 피카소의 고향, 바람속의 말라가다음 날 아침, 말라가의 바람은 뜻밖에도 상쾌했다.숙소 창밖
kjhee01.tistory.com
- 더 아름다운 사진, 동영상, 더 많은 이야기가있는 아래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메가진'을 참고하세요.
http://brunch.co.kr/magazine/junh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매거진
#스페인 #안달루시아 #알함브라
brunch.co.kr
'해외여행 > 스페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스페인 남부 여행 코스별 여행 코스 추천 (1) | 2026.05.13 |
|---|---|
| 스페인 여행 전 꼭 알아야 할 현실 팁 총정리 🇪🇸 (0) | 2026.05.12 |
|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이어 보기 (0) | 2026.05.12 |
| 스페인 안달루이사 여행 6|골목 미로 속에서 만난 오렌지 향기와 세비야 대성당 (0) | 2026.05.12 |
| 스페인 론다 여행 후기|바뇨스 아라베스와 누에보 다리 추천 코스 (0) | 2026.05.12 |